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일곱 해가 지나도 아직 믿을 수가 없구나.
생각해 보면 나란 놈이 너무 바보였지.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순서없이 오는 일을, 아예 생각조차 않고 살았다니, 참 멍청한 놈 아니겠니.
조금만 지나면 흐려져 버리는 내 기억을 보완 정리해 두기 위한 목적과, IT 기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주변 어른이나 후배에게 말보다는 중요 사항에 대하여 빠뜨리지 않게 전할 목적으로 이곳 블로그에 틈틈이 글을 남겼는데; 이제는 내 손위 어르신들은 거의 세상을 떠나셨고, 나눠줄 후배들도 가까이에는 거의 남지 않았구나. 무엇보다 보석같은 너희가 성인이 되어 독립했고, 더욱이 너와는 나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젠 굳이 조사해서 정리할 필요가 없어지네.
내가 좀더 나이 들면 기억이 온전치 못하게 되면 총명한 너의 도움을 받으며 어릴 적 너희 모습들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늙어가리라 기다렸는데, 나는 이렇게 남고 너는 일찍 떠났으니 아득바든 살아온 내 지난 날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후회되고 허탈하구나. 지금까지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을 만났지만 운이 좋았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에, 너희도 으레 그렇게 살겠거니, 누구나 그렇게 살겠거니 생각하고 달리 생각해 보지 않은 벌을 이렇게 받는 걸까. 오늘이 네 사고 전화를 받은지 일곱 해가 지났다니, 세상이 원망스럽구나.
절박하기 전까지는 윤회나 다중 우주나 있을지 모르지 생각했지만, 너의 일을 만난 후로는 그럴 수 없더라. 몇 백 년 몇 천 년 이어온 말들에는 빈틈이 너무 많고, 솔깃한 과학 이론으로 희망을 담보하기에는 나의 후회와 절박함이 너무 크더라. 그런 말이나 희미한 가능성에 너와의 인연의 회복을 걸 수는 없더라.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내 숨이 멎는 날까지는 어떤 실마리라도 잡혔으면 간절히 바라고 기원하고 있지만… 다만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 이렇게 한순간에 날아갈 수 없을 깊고 오래 쌓아온 단단한 매듭이었을 것만 같아서, 나중에 내 숨이 다한 후에라야 이어질 법칙이었기라도 바래서, 다 내려놓았노라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정작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내고 있구나.
좋은 곳에서 못다 한 꿈 펼치면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