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강박증이 있다. 아버님도 완충에 대해 강박증이 있으신 듯했다.
어렸을 때 뒷산에 사냥을 나가기 전에 공기총에 압력을 채우시면서 10번이면 충분한데 30번 가까이 충전하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러다 총이 터지지 않을까 겁을 먹던 내 모습이 기억이 난다.
6년 전부터 테슬라 전기차를 타면서 배터리 잔량이 60% 아래로만 나려가도 집에 와서 80% 권장 수준까지 충전을 한다. 혹한의 날씨만 아니면 40% 잔량이라도 200km는 주행할 수 있는데도 불안하다. 그래서 100% 충전했을 때 600~7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예전에 내연기관 차를 운행할 때도 나는 연료 고갈로 운행 중에 멈춘 적이 없었다. 계기판의 연료 표시기가 30% 아래로 내려가게 주유를 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늘려 있는데도 그러했는데, 하물며 고속충전 시설이 많지 않은 전기차에서 50% 미만의 배터리 잔량으로 집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나의 강박증이 허락하지 않는다. 10km 안팎의 멀지 않은 시내를 다녀와야 하더라도, 산술적으로는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잘 안 된다.
이런 나의 강박증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검수하는 일을 했던 나의 직업에는 바람직한 직업 근성으로 작용했다. 은퇴한 지금은 사는 데 방해가 된다. 지나친 강박증은 내려놓고 싶은데, 잘 안 된다.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느슨하게) 시도해 보고 있다.
일단 세운 목표는 시일이 오래 지나도 타협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해 보는 것은 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많은 것은 달성을 하고, 일부는 달성 불가능했던 것들도 있었다. 성공한 것들은 수영(10년 넘게 걸림), 마라톤, 골프, 빠른 청독; 실패한 것들은 속독, 외국어, 여행, 풀코스 330 (325 욕심 내다 333에서 그침), 단축 철인 3종 참가(이건 오래 전에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