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나 빠져 게으른 당나귀가 되려고?

By | 2018-10-19

몰입이 나의 큰 장점이지만, 일과 취미 사이에 안배를 못하는 단점이 있다.
취미는 가볍게 즐기는 정도로만 해야 하는데, 어떤 것도 가볍게 하지 못하고 빨려들어가 버리는 단점.

이 나이에야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깨닫다니, 많이 늦었다.

사소한 일에 왜 자꾸 빠져들게 될까?
궁금한 걸 못 참는 조급함 때문일까?
(처음 참석하는 모임에도 토론 과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모임의 감투를 쓰기 일쑤였다. 그래서 웬만한 모임에는 나가지 않게 되었다.)

좋은 가방이 있어도 종이백에 넣고 나가는 것이 편하고…
깔끔한 정장 차림보다는 간편한 캐주얼 차림이 편하고…
(예전에는 소탈함을 터득한 성과라고 생각했지만, 타고난 성격 특성일 뿐이었다.)

돈 버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더 큰 만족을 느끼고…
호기심이 많고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은 것같다. (참고 느긋하게 하는 걸 잘 못한다.)

서울같이 큰 도시에서 자란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 하면서 취미와 운동도 함께 하면서 자라서,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자기 직업 이외에도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탓에 집과 학교만을 주로 오가며, 집에서는 부모님이 시키는 일밖에 따로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공부는 상위권을 유지하는 정도에 버거워 하면서 자랐다. 아마 군대 제대할 때까지는 그렇게 피동적으로 공부하며 지낸 것 같다. 내 스스로 공부에 빠져 든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와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한 3~4학년 때 정도였고, 교직을 그만 두고 한글문화원과 IT 업계로 와서는 공부 대신 일에 빠져살면서 내 스스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서 언젠가 되돌아보니, 내가 한 건 일밖에 없었다.

대학 졸업 후 교사로 근무하던 3년여 동안 컴퓨터 가지고 노는 취미에 너무 깊이 빠져, 평생 직업으로 생각했던 교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직업이 바뀐 적이 있다. 문서 작성기(아래아 한글)와 홈페이지 작성기(나모 웹에디터)를 개발하고, 전자책 독서기(깃든 리더) 개발하는 일들에 빠져 사는 나날이 가장 재미 있고 만족스럽지만, 아직은 IT 직업과 관련된 일에 쏟는 시간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지만, 최근 7~8년의 나 자신의 생활은 일보다 취미 생활에 적지 않은 시간을 뺐기고 있는 것 같다. 집중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인 시간 투자는 어느 일에나 중요하다.

감투를 싫어하며 남의 평가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만족해야 직성이 풀리다 보니, 결벽증도 점점 굳어진다. 그 덕분에 좋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일에 대한 집중도와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고 있는 일에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디오(클래식)나 커피(원두), 운동(달리기, 골프) 등의 취미 생활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좋아하는 것을 가볍게 시작하면 어느새 지나치게 빨려들어 가기 때문이다. 적절한 안배를 못하다 보니, 가장 집중해야 될 일에 대한 시간 투자가 흔들리게 된다. 그만큼 집중력도 성과도 떨어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곤 한다. 어린 시절에 취미 생활을 체험하면서 자라지 못해서, 성인이 된 후에는 다들 일에 몰두하고 있는 시기에 취미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시 일만 할 수도 없고

예전에는 이런 점이 문제가 된 적이 없다.
평소에 하도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었지만, 어쩌다 가끔 취미랄 만한 것에 빠져도 하던 일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금새 원래 하던 일에 빨려들어가 버렸으므로.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병원 치료를 하면서부터 일에 몰입되지 않도록 힘 쓰면서, 취미 생활을 가지려고 애쓰다 보니, 불과 몇 년만에, 반백수처럼 게으름뱅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일반 직장인들이 일하는 시간의 절반도 채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게으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뒤늦게 이렇게 바뀐 내 모습이 무척 당황스럽다.

여기에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내 특성이 나쁘게 작용하는 것 같다.
건강을 되찾기 위하여 일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취미 생활을 가져 보려던 것이, 새로 시작한 취미에 너무 몰입된 느낌이 든다.

다행이 이제는 취미로 시작한 일들이 초급 수준은 벗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친구들처럼 일에 집중하면서 취미 생활도 즐기는 수준으로 안배해 봐야 되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쉬웠으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을 테니…

우선 단순한 해법이 있네, 물리적인 시간 할애를 바꾸는 일.
좋아하는 취미에 있는 시간보다 일하는 곳에 가 있는 시간을 늘이는 거지. 일하는 곳에 있는 시간을 늘이다 보면 어느새 일에 빠져 들고, 다시 몰일하게 되면 집중력도 살아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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