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전환 글쇠에 대한 오랜 방황을 끝내며

By | 2015-09-03

두 묶음의 글 차례

1. 궁극적인 결론: 왼손 엄지 손가락 자리에 한영 글쇠
2. 현실적인 타협책: 두손 엄지 손가락으로 Ctrl+Space 글쇠에 한영 전환

1. 첫번째 궁극적인 결론: 왼손 엄지 손가락 자리에 한영 글쇠 배치

84-86키, 101-103키, 104-106키

IBM PC 초창기에는 84키에서 한영, 한자 글쇠가 추가되어 86키가 쓰였고,나중에는 101키에 한영, 한자 글쇠가 추가되어 103키가 되었다가, MS Windows 95가 나오면서 윈도 키 둘, 메뉴 키 하나가 추가되어 101+3=104키가 되고, 한영, 한자 키가 추가되면 106키가 되었습니다. 윈도 키보드에서는 84나 101키는 없고, 103이나 106키만 있습니다.

104키에 한영, 한자 글쇠가 별도로 있는 106키 글자판

양손 엄지 손가락의 위치와 사이띄개 글쇠의 크기

F와 J에 글쇠에 두 손 집게 손가락이 놓이므로, B 글쇠 아래 두 손의 엄지 손가락이 오게 됩니다. 따라서 위 106키 글자판을 눈으로만 보면, 사이띄개 글쇠가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타이핑을 해 보면 양손 엄지 손가락 중 어느 쪽이라도 그 자리에서 엄지 손가락만 까딱하면 빈칸을 입력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영 키보다 누르기 쉬운 한자 키 위치

위 글자판 사진을 자세히 보면, 좌우 중심(B 글쇠)에서 반 글쇠 폭만큼 오른쪽에 한영 글쇠가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열 손가락으로 글자판을 보지 않고 치는 텃치 타이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건널 수 없는 벽이 됩니다. 즉 한자 글쇠는 왼손 엄지를 조금 오므리면 누를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한영 글쇠는 오른손 엄지 손가락만 오므려서는 누를 수 없는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오래 전에 한글 표준 글자판 배열을 정한 사람들은 왜 이런 점을 깨닫지 못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글 표준 글자판을 정하던 사람들은 열 손가락으로 글자판을 보지 않고 치는 텃치 타이핑족이 아니라 두어 손가락만으로 타이핑하는 독수리족이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아니면 표준을 정할 때 그림으로만 검토하고 정했거나. 저런 배열의 글자판을 직접 사용해 보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런 배열의 글자판으로 한영, 한자 글쇠를 눌러 봤다면, 한자 글쇠는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눌렀을 것이고, 반면에 한영 글쇠는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만으로는 누르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른손이 기본자리에서 벗어나서 내려와야만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글 자판을 사용할 때, 한영 글쇠와 한자 글쇠 중에서 어느 글쇠의 빈도가 더 높은지는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데, 빈도가 높은 한영 글쇠를 저렇게 어려운 자리에 두고, 빈도가 매우 낮은 한자 글쇠는 훨씬 쉬운 자리에 배치했을 리가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럼 왜 한글 표준 글자판 배열이 저렇게 됐을까요?

일본어 글자판을 보고 베낀 결과

표준 일본어 글자판에서 왼쪽에 영수, 오른쪽에 가나 글쇠가 배치된 모습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대 문명을 일본에서 많이 수입해 왔습니다. 한글 글자판 배열도 일본어 자판 배열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문자 키 영역은 영문 그대로, 한자, 한영 키는 일본의 영수, 가나 키를 그대로 번역만 하다시피 해서 표준으로 정해 놓은 결과란 것을 알면 허탈하고 화도 좀 납니다. 명색이 한 나라의 표준을 정하면서, 모방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확인, 검증은 거친 다음 표준을 정했으면 좋았으련만…

일본어 글자판처럼 왼쪽에 한자, 오른쪽에 한영 글쇠가 배치된 표준 배열

체리 스위치를 쓴 키보드는 글쇠 뽑는 도구까지 들어 있으므로 몇 개를 뽑아서 이동 중

맥 OSX용으로 바꾸고, 오른쪽에 한영, 왼쪽에 한자 글쇠를 배치

왼손 엄지에 한영, 오른손 엄지에 한자 글쇠 배치

컴퓨터 시대가 된 오늘날은 사실 인쇄된 글쇠의 배치를 어디 어디에 꽂느냐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운영체제(OS), 즉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므로, 글쇠 배열도 소프트웨어만 변경하면 다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표준 배열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는 남습니다. 변화에 드는 비용이 높지 않다면, 표준은 합리적인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좋겠죠!

우선 저부터 한영 글쇠를 왼손 엄지 손가락 자리에 놓고 그 편리함을 마음껏 누려 보려 합니다.

두번째 결론: 현실적인 타협책으로 두손 엄지 손가락으로 Ctrl+Space 글쇠에 한영 전환

내 방에서 나에게 맞춰진 글자판을 사용할 때는 왼손 엄지 손가락 하나만으로 한영 키를 눌러 한영 전환을 하면 되는데,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의 글자판을 사용할 때는 왼손 엄지 손가락 위치에 한영 키가 없는 글자판이 많았다. 그러니 밖에서는 또다른 한영 전환 글쇠를 사용해야 하고, 집에 오면 왼손 엄지 손가락 하나로 한영 전환 글쇠를 사용하다 보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로 통일해서 쓸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맥OS에서는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스페이스 바 바로 왼쪽에 있는 command 키를 누르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한영 전환이 된다. 맥의 command 키는 윈도에서는 Windows 키에 해당되는데, 망할 놈의 MS가 맥OS를 베끼면서 그대로 베끼는 것이 챙피했는지 Windows 키 위치와 Alt 키 위치를 맞바꿔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가장 많이 쓰는 윈도의 단축키는 왼손 새끼 손가락 자리에 있는 Ctrl 키를 사용한다. 어떻게 이런 멍청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M$는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나 보다.

맥OS는 가장 많이 쓰는 단축키가 command와 함께 누르게 되어 있으므로,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단축키를 쉽게 누를 수 있다. 평소에는 맥OS를 쓰다가 가끔 부트캠프로 윈도10을 쓸 때는 맨 왼쪽 구석에 있는 Ctrl 키를 새끼 손가락으로 어렵게 눌러야 하니 단축키를 사용할 때마다 살짝 스트레스다.

불편이 잦으면 바꾸면 된다. 윈도10에서 레지스트리 편집으로 이 왼쪽 아래의 Ctrl – Windows – Alt 키의 순서를 Windows – Alt – Ctrl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Windows – Alt – Ctrl 순서로 바꾸고 나면, 윈도10의 수많은 Ctrl 단축키를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trl + SpaceBar로 한영 전환 글쇠로 사용할 수 있다. – 날개셋 입력기 설치 필요.

이것이, PC든 맥이든 국내용이든 해외에서 가져온 글자판이든 한 가지로 통일하여 쓸 수 있는 한영 전환 글쇠 위치는 스페이스바 완쪽에 있는 글쇠(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누름)와 스페이스 바(오른손 엄지 손가락으로 누름)를 함께 누르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도 아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내게는 맥과 윈도를 불문하고 가장 편하면서도 누르기 쉬운 위치에 있는 글쇠였다. 그래서 지금은 왼손 엄지로 현실적인 문제로 부득이 타협했다.

8 thoughts on “[한영] 전환 글쇠에 대한 오랜 방황을 끝내며

  1. ㅇㅇ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키보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한자, 한영키 위치도 그렇구요
    세벌식이 아닌 두벌식이 표준이 된 것도 그렇고 ㅠㅠ

    Reply
  2. 호박 Post author

    15개월 동안 체리 기계식 갈축과 적축 키보드를 집과 사무실에서 꾸준히 사용해 보고 내린 제 개인적인 취향은, “적축” 스위치와 89키(한영, 한자 키가 추가되어 있음)보다는 87키로 결론이 났습니다.

    갈축에 비하여 적축의 텃치감이 살짝 가볍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런 부드럽고 섬세한 키감이 제게는 더 좋았습니다. 제가 소음을 싫어하다 보니, 글을 쓸 때 청축이나 갈축 스위치가 내는 소음이 거슬리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적축의 손맛에 매료되어 다른 키는 사용할 때 불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갈축 89 키보드는 장터로 방출될 운명입니다.

    또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맥의 커맨드 키(윈도 키에 해당)와 한영 키 두 글쇠를 구분하여 누르려다 보니, 그때마다 멈칫거리게 되어서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89키는 포기하고 한영 전환 키는 원래도 왼쪽 커맨드+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것으로 돌아갔습니다.

    Reply
  3. 명랑소녀

    안녕하세요. 다음 카페 세사모의 명랑소녀입니다. 이미 두 달이 넘게 지났으니 왼쪽으로 이동한 한영 키에 완전 적응하셨겠군요!
    저도 저 녹색/흰색과 거의 똑같은 키 배치의 키보드를 씁니다만 한영 키의 위치가 나쁘다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영 키가 약간 더 바깥쪽으로 쏠려 있긴 하지만요. 저는 심지어 오른쪽 alt 키를 백스페이스로 매핑해서 오른손 엄지로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백스페이스보다 훨씬 편하다 느낍니다. 이런 문제의 본질적인 이유는 IBM 표준 키보드 자체의 문제라 느낍니다. 사람에 따라 오른손으로 칠 수 있는 한영 키를 왼손으로 쳐야 하는 한자 키보다 선호할 수도 있겠군요.
    저의 경우는 한영 키는 한글 전용, 한자 키는 영문 전용으로 바꿔 두고 (날개셋을 이용) 한자는 오른쪽 시프트+스페이스로 입력합니다. 한자는 거의 입력할 일이 없다 보니 한자 키가 아깝기도 했고, 한글과 영문 키를 분리하면 현재의 모드에 상관 없이 내가 원하는 문자판을 골라 입력할 수 있어서 편하더군요.

    Reply
    1. 호박 Post author

      댓글을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한영] 키를 스페이스 오른쪽에 있는 한영 키를 사용하신다는 뜻인지, 스페이스 왼쪽에 있는 [한자] 키를 한영 키로 사용하신다는 뜻인지 조금 혼동이 됩니다.^^

      저는 아쉽게도 스페이스 왼쪽에 [한영] 키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윈도가 아니라 맥 사용자라서 바로 왼쪽에 있는 [Command] 키를 왼손 엄지 손가락이 담당하는데, 이 두 키를 왼손 엄지 손가락이 완벽하게 구별해서 사용하지를 못해서입니다. 다시 “한영 전환” 키를 왼쪽 command+space 글쇠로 돌아왔습니다.

      Reply
      1. 명랑소녀

        아 제 설명이 부족했나 봅니다. (저 또한 댓글을 너무 늦게 확인했군요) 즉, 지금이 어느 상태이건 한영키를 누르면 한글 모드가 되고, 한자키를 누르면 영문 모드가 된다는 뜻입니다. 보통의 토글 방식의 한영키는 한 글자를 쳐 보고 나서야 비로소 틀린 모드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렇게 씁니다. 제 키보드에선 한자키 바로 왼쪽에 alt 키가 있는데 저는 alt 키와 한자키를 그리 자주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alt 키를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군요 ^^

        Reply
        1. 호박 Post author

          [한영] 키를 한글/영문 모드로 순환되는 키로 쓰지 않고 “한글 모드” 전용 키로 쓰고, [한자] 키를 “영문 모드” 전용 키로 쓰신다는 뜻이었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순환 키 방식으로 쓰지 않고, 두 개의 키를 한글, 영어 키로 할당해서 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군요.
          다만 한영 키나 한자 키가 기본자리에서 좀 멀리 있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겠네요.

          Reply
  4. 호박 Post author

    20년을 기다린 “왼손 엄지로 한영 전환 키” 적응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절판은 실패라고 봐야 겠다. 원인이 뭘까…

    1. 모든 키보드를 한영 전환 키가 있는 것으로 바꾸지 못해서 그렇다?
    2. 왼손 엄지에 빈도가 높은 한영 키와 커맨드 키 두 가지를 조작해야 되기 때문이다?
    3. 이미 커맨드+스페이스에 적응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이유가 됐든 우울하다. 그래도 신념을 못 버려~~ (신념과 똥고집 사이ㅋㅋ)

    Reply
  5. 호박 Post author

    슬프게도 이틀이 지났는데, 왼손 엄지 손가락으로 한영 글쇠를 누르는 것이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이유를 추론해 보면,

    1. 너무 오랫동안 시프트+스페이스나 커맨드+스페이스 글쇠를 함께 눌러 한영 전환을 해 왔다.
    2. 왼손 엄지로 누르기에는 89키의 한영 키 크기가 좀 작다.
    3. 왼손 엄지 손가락에 2개의 글쇠가 할당(커맨드, 한영 글쇠)되어 있어서 구분해서 누르기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4. 오른손 잡이라서 왼손 엄지는 익숙하지 않다.

    이 중에서 어느 것에 해당할까요?

    4번은 아닌 것이, 왼손 엄지로 커맨드 글쇠를 함께 눌러 커맨드+스페이스 글쇠로 한영 전환을 하던 때는 쉽게 적응이 됐거든요.

    어쨌건 1, 2, 3번의 이유 모두 오랫동안의 열망을 실현해 놓고도 쉽게 적응이 끝나지 않는 점에서 조금 우울합니다.^^

    Reply

명랑소녀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