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대뜸 4년쯤 전에 세운 내 기록들을 올해 모두 갈아치우기로 결심해 버렸다.
10km 44’06″(4’24.6″/km 패이스) => 43’50″(4’23″/km 패이스)
하프 1:47’46″(5’06.5″/km 패이스) => 1:39’52″(4’44″/km 패이스)
풀코스 3:44’26″(5’19.1″/km 패이스) => 3:34’30″(5’05″/km 패이스)
사실은 풀코스를 330(3시간 30분, 4분 58.6초 패이스)에 도전해서 성공하고 싶지만, 앞으로 90일의 짧은 기간 동안 도전하기에는 부상없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330 도전은 서울에 돌아가서 가을이나 봄에 열리는 조선 마라톤이나 동아 마라톤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목표를 어림해 두었다.
우선 10km 목표는,
보름 전에 공원에서 저녁 무렵에 10km를 45분 12초(4분 31.2초 패이스)에 들어온 기록이 있으니까, 좀더 꾸준히 훈련한다면 1분 22초를 당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프 마라톤 목표는,
최근의 14~16km를 달린 패이스가 4분 55초 정도였으므로, 7~5km만 더 달리면 되므로 풀코스 연습 과정에서 4분 44초 패이스로 하프를 완주하는 것도 석달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풀코스다.
꼬박 3년 전에 3시간 44분 26초에 들어온 기록이 최고이니, 그 동안 한번도 풀코스를 달려보지 못한 것이 문제다. 게다가 10분을 줄여야 5분 5초 패이스로 42.195km를 완주해야 한다. 여기 와서 더운 날씨 때문인지 혼자 달려서 그런지 아직 30km 거리주조차 성공해 보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5분 20초 패이스(시속 11.25km 패이스)로 30km 거리주(2시간 40분 동안 달림)를 먼저 해야 할지, 5분 패이스로 하프를 뛰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초에 세운 330 목표 때문에 어제 오늘 잠을 제때 이룰 수 없을 만큼 벌써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째 한밤에 못 잔 기회를 이용하여 새벽에 나가서 30km든 21.0975km든 달리고 들어올 생각인데, 왼쪽 무릎 관절이 좀 좋지 않다. 어제 하루 쉬면 풀리겠거니 싶었는데, 아직 조금 불편하다. 무리하게 연습하다 부상이 올까 염려스럽다. 일주일 안에 회복될 부상이라면 달릴 때의 고통쯤은 참고 달려 버리면 되는데, 달려 보기 전에는 긴 부상으로 이어질지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될 달리기 도중의 고통일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가 없다. 일단 달리면서 몸 상태를 봐 가면서 결정할 수밖에…
30km 거리주가 일차 목표고, 무릎 관절이 많이 아프면, 17km나 하프 정도에서 훈련을 끝내고 들어올 생각이다.
나는 달릴 때 가족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늘도 힘들면 그럴 것 같고, 즐겁게 훈련하게 되면 또 내일이나 모레, 다음주의 훈련 계획을 구상하면서 달리고 올 것 같다. 이제 바나나 하나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설설 나가볼 시간이다. 결과는 끝나고 와서 간단히 덧붙이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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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혼자서 거리주 30km 훈련을 끝까지 마쳤다. 30.36km, 2:37’46″(5’11″/km)
공원을 새벽 4시부터 여는 줄 알고 3시 55분에 도착해 보니, 아직 닫혀 있고, 나보다 먼저 온 차가 한 대 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에 차를 대고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니, 숫자로 04:30~09:00, 16:00~21:00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시간 동안에만 여는 것 같다.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내 뒤로 차들이 한대씩 두대씩 줄을 늘여가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 5분 전에 출입문이 열렸다. 4시부터 6시 40분까지 달릴 예정이었는데, 4시 30분부터 7시 10분까지 달려야 한다. 6시가 넘으면 해가 뜨니까 뜨거워질 걸 걱정하면서 패이스를 최대한 5분 20초 안팎에 맞추면서 뛰려고 노력했다.
달리기 시작하니 정작 걱정했던 왼쪽 무릎 관절은 아프지 않은데, 양쪽 종아리가 상당히 뻐근하게 느껴진다. 2km를 달리니 머리에서 땀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7km를 지나니 종아리가 풀린다. 역시 나는 늦게 몸이 풀리는 체질인가 보다. 그래도 오버 패이스를 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해서 달렸다. 공원 도로는 밤에 내린 비 때문에 대부분 물기가 베어 있어 신발 안쪽으로 물이 스며 들어왔다. 내가 신은 아디다스 아디제로 CS 모델은 바닥 중앙에 구멍이 두 개나 있다. 맑은 날씨에는 달릴 때 좋지만, 바닥이 젖어 있을 때는 좀 달리다 보면 양말에 물기가 스며 들어오는 단점이 있다.
2.75km가 한 바퀴인 공원을 11바퀴를 돌아야 한다. 두번이나 30km 거리주에 도전했다가 오버 패이스로 22.13km밖에 뛰질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30km 도달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2바퀴 돌 때마다 물도 마셨다. 4바퀴를 돌고 나니 3분의 1 정도 달린 셈이다. 슬슬 힘이 난다. 마라톤을 해 보면 중반이 가장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으나, 그래도 오버 패이스를 자제하고 완주에 전념하려고 노력했다.
15km쯤 달리고 나서부터 가랭이가 쓸리는 느낌이다. 바셀린을 회사에 두고 왔기 때문에 땀에 쩔어 쓸릴 곳에 바르지 못한 탓이다. 17~8km를 뛰고 나니 슬슬 힘에 겨워지는 느낌이 들고, 가랭이는 확실히 쓸리고 왼발 엄지 발가락 뿌리쪽에 물집이 느껴졌다. 30km 거리주 훈련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이 정도로는 며칠 고생하면 되니까, 장기 부상으로 번질 것들은 아직 감지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제 날도 밝았고 해도 뜨기 시작하는데, 새벽에 비가 올까 걱정스러운 날씨였는데, 날이 밝고 보니 천만 다행으로 구름만 조금 끼었고 오히려 많이 뜨겁지 않은 날씨다. 그래도 집에서 나올 때 날씨를 보니 26도였으니, 해가 떴으니 27~8도는 되었겠지. 후덥지근한 아침 기온을 가르며 달렸다.
20km를 넘어섰다. 3분의 2를 달린 건데, 꽤 다리가 무겁고, 5분 20초 패이스 유지가 부담이 된다. 땀에 달라붙어 쓸리는 곳곳과 물과 땀에 젖은 양말에 불은 왼쪽 발의 물집이 꾸준히 자극으로 다가온다. 그래 봤자 남은 10km쯤이야 거꾸로 달려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힘든 몸을 살짝 살짝 재촉해 주었다. 30km 거리주는 편안하게 뛸 수 있어야 풀코스를 큰 부담없이 완주할텐데, 아직은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어쨌건 오늘은 30km를 채우는 것만 생각하자. 마지막 한두 바퀴는 정말 힘들게 뛰었지만, 결국 별다른 부상없이 30.36km를 달려 거리주 훈련을 드디어 끝낼 수 있었다. 역시 혼자 달리는 것은 힘들다.
집에 와서 샤워기를 틀고 허벅지에 대니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절로 난다. 엄청 쓰리다. 겨우 씻고 나와서 보니, 이 지경이 되도록 달렸으니 참 미련하다 싶다. 뭐 그래도 며칠 약 바르고 엉덩이 살짝 뒤로 빼고 다니면 그만이지만. 꼴사나운 건 마라톤을 즐기는 이로서 자잘한 부상 때 늘 피할 수 없는 국면 아니었던가? ㅎㅎ
이제 하프와 30km 거리주를 몇 번 연습한 다음에 풀코스에 한두 번 도전해 볼 차례다. 다음에는 같이 뛸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