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잉크 기기에 키보드 연결해서 글쓰기

By | 2026-03-18

오닉스 사의 7인치 “페이지”라는 전자잉크 기기로 전자책을 읽으면서, 가끔 블로그에 글 쓸 때도 지금처럼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여 입력/편집을 한다. 화면 잔상도 없고 전자잉크다 보니 종이 글씨를 보는 것과 같아서 눈의 피로도 적어서 좋다. 다만 주된 용도가 독서용이라 CPU가 느리다. 짧은 글을 쓰고 수정하는 용도로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편하게 작성/수정하려면 맥북을 여는 것이 시간 절약이고.

공 병우 박사님이 생전에 매킨토시에서 사용하셨던 한글 직결식 입력기를 현재의 맥OS나 MS 윈도우에서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이야 당연히 가능하지 싶고, 윈도우도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직결식 한글 입력기는 간단한데, 한글을 입력하다가 영어 입력할 때는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매번 글꼴 메뉴에서 폰트를 바꿨을까? 매번 시간도 느려지고 많이 불편할 텐데…

밤에 3시간 자다가 깼는데, 그 사이에 벼리에 대한 꿈을 두 번이나 꿨다. 신기하게도 미국 여행 가는 벼리에게 킨들 뉴아시스(킨들 오아시스 2세대, 7인치)를 사서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꿈이었다. 꿈에서도 벼리는 떠난 후의 내용이었고.

어제 김영하 작가의 수필 ⟪단 한 번의 삶⟫을 읽었다. 수필이나 전기를 잘 안 읽는데, 재밌었다.

나는 작가가 작품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때로는 독자에게 의존해 작품을 계속 써나간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
… 윤태호 작가도 동행이었는데 그로부터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연재를 40화에서 50화 정도 하다보면 작가와 독자들 간에 누가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을 오래 보아온 독자도 나름의 통찰력으로 그 인물에 대해 잘, 어쩌면 작가보다 더 깊이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 — 김 영하, ⟪단 한 번의 삶⟫, ‘모른다’ 중에서

영화를 찍을 때 감독들이 출연자가 대본 수정을 제안할 때가 더러 있었다는 후일담을 종종 봤는데, 이제야 좀 수긍이 간다. 작가나 감독(개발자도)은 작품의 전체적인 의도를 그리고 있지만, 각각의 인물에 집중하여 반복되는 대사를 연습하고 그 인물의 성격에 몰입하는 것은 배우들이니까. SW 개발자들도 제품 출시 전후에 사용자들을 건성으로 만나면 안 된다. 자신들이 개발한 SW라도, 각 분야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그 SW가 제공하는 기능의 제약 안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작동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사용자들이다. 아래아 한글 1.x판까지 나는 사용자였고 열렬한 독자였다. 1.5판부터는 개발자에 합류하였는데, 고급 사용자들과의 만남은 늘 중요한 제품 개선의 실마리가 되었다.

물론 나라고 해서 지는 걸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경기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한결같이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한 성향은 어른이 된 뒤에도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됐든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런 의미에서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나의 성격에 아주 잘 맞는 스포츠였다. …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1장 중에서

전업 소설 작가 중에서 유달리 달리기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제1장에서 설명하는 부분인데,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랑 비슷한 성격의 작가였나? 뜻밖이어서 하루키의 바이오코드를 살펴봤지만 1205 코드, 나와는 비슷한 성격은 아니다. 매일 10km 달리기를 생활화한 적이 있는 사람의 공통점인가 보다. — 몇 년 전부터 나는 달리기 대신 자유 수영을 하고 있지만.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수필과 김영하의 삶에 대한 수필을 다 읽고 나니, 김영하 수필은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졌고 하루키의 수필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명성에 비하여 깊이도 없고 내용도 거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달리기나 철인 3종 경기 참가 경험이 서술되어 있었지만, 달리기 10년밖에 안 한 나도 달리는 동안에 얽힌 이야기가 훨씬 많은데, 나보다 훨씬 오래 달리기를 한 소설가의 달리기 수필이 저 정도라니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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