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또 하나의 SW가 사라지다: 핸드스토리

By | 2010-08-17

지난달에 내가 자주 들러는 클리앙 사이트에서 나모의 “핸드스토리 서비스 종료 공지” 소식을 접했다.

2000년 가을에 나모를 떠나 보스톤으로 휴가를 가서 쓰기 시작한 팜(Palm) PDA.

그때 보스톤에 살던 박 종천 실장네 집에 도착해서 이틀째인가에 샀던 팜 Vx가 내가 쓰기 시작한 첫번째 PDA였고, 사용하다 보니 피씨와 팜 사이의 자료 교환(담아가서 읽기, 클리핑)이 필요해서 박 실장에게 만들게 하면서 시작된 “핸드스토리!”

그때 보스톤의 가을은 눈부셨다!

2001년 초에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면서 팜용 개발자 한 명을 충원하고, 봄에는 서울에서 이 영식 팀장을 몇 주 동안 보스톤 숙소에 데려와서 클리핑 스크립트 개발을 하게 했고, 2001년 가을쯤인가에 나모의 제품으로 편입시키게 되었다.

보스톤의 겨울 눈에 신난 두 아이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었다고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당시에는 많이 어색했다. 코스닥 상장회사라는 제약이 뭔지… 지금 생각해도 나는 기업을 공개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상장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은 더 모양새가 나쁘게 끝났다. 자신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모양이다. 어쨌건 그 당시에는 내가 개발한 핸드스토리를 남이 개발한 것을 사들이는 모양새를 취해야 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003년 봄에 나모를 넘겨주면서 자연이 잊고 지냈는데, 핸드스토리는 서비스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가 이달 말일부로 완전히 종료되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참 애착이 많이 갔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동안 많은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아이폰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일어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아이폰 경쟁 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나오고 있으며, 올해 말쯤이면 MS의 윈도우폰도 시장에 나올 예정으로 되어 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올해부터 모바일앱 개발로 IT 업계에 몇 년만에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한글 세벌식 한손 입력용 노트앱인 “세나”(아이폰용)와 “세나 두손”(아이패드용)을 만들어 앱 스토어에 올렸다. 그리고 iOS4에서도 작동하는 한손 “세나2″를 올려서 앱 스토어에 승인 대기 중이다.

한번도 GUI 프로그램 개발 경험 없이 C와 자바 프로그램만 개발해 온 분과 함께 아이폰용 뉴스 앱을 개발했다. 내 스스로 평가하기에, 다른 국내 뉴스 앱보다 한결 안정성 있으면서 호환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워낙 사용자가 적은 사이트의 앱이라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지만…

또 아이폰에서 SAP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동해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앱을 네 가지를 개발했고, 이달에는 공기업의 홍보용 앱을 의뢰받아 개발해서 넘겨야 한다.

2010년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실력을 연마하여 예전의 감각 이상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 올해 첫날 아침의 목표였는데, 막상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가 보니, 예전의 감각이 그다지 줄지 않은 것 같았고, 그 사이의 연륜과 경험이 더해져서 오히려 더 성숙된 듯한 느낌이다.

젊고 실력있는 개발자들을 다시 만나서, 그들과 함께 나의 경험과 비전을 함께 가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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