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아이들의 게임 몰입에 대한 한 가지 대안

By | 2007-05-02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자녀에게 컴퓨터를 사 줘야 할까요?

저는 반대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교육 재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부모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재료로서 컴퓨터는 한참 후순위라고 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 컴퓨터 게임 중독을 막을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부모 중에 한 명이 아이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함께 게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 중의 하나였다는 경험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된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있습니다.

딸인 데다 첫째는 아내가(무심코 “아내와 제가”라고 썼다가 저는 뺐습니다^^) 무척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서 체험 학습을 시키고 책을 골라주고 하며 키워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뭐든 잘하고 또래에서 앞서 나가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아들인데다가 두번째라 첫째보다는 덜 공을 들인 편이라 그런지, 영리하기는 해도 평범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니 커 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 키우는 것은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부모가 “몸소” 쏟은 만큼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저는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함께 하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 해 보기, 함께 책 읽기…
함께 해 보기는 어딜 가 보기, 무얼 만들어 보기, 어떤 게임을 해 보기 등등 헤아릴 수 없죠.

아이들 혼자 놀게 하기를 위해서(꼭 이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컴퓨터를 어릴 적부터 주는 것은 그리 좋은 교육 방법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컴퓨터 말고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줄 게 많으니까요.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끝나는 겨울 방학 때 컴퓨터로 타자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엄마가 워낙 여러 가지를 직접 “함께” 해 주어서 그런지 유치원 다닐 때는 게임을 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초등학교 들어가서 2~3학년 때에 제가 시간을 내서 토, 일요일 2시간씩 두 아이들과 함께 셋이서 온라인 게임을 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아이들에게 아빠의 인기가 엄마를 완전 제압했던 때였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주말에만 2시간씩 게임을 하고, 주중에는 주말에 게임을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참고 또 말을 잘 듣고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말 잘 안 듣거나 약속을 못 지키면, “게임 시간 10분 단축!”이라는 위협만으로 엄마 아빠 말을 잘 따르게 되더군요.

참고로 아들 녀석은 게임에 심하게 몰입된 경우지만, 제가 게임을 함께 해 주면서 게임 시간을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정해 놓고 하게 되었고, 나머지 시간들은 다른 할 일과 게임 얘기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게임을 해 준 건 6개월~1년 정도였지만 효과는 오래 가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이 녀석은 게임에 빠져 삽니다. 거의 일주일을 게임 2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산다고 해야 할 정도지요. 카트와 메이플을 하더군요.

딸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두 아이들은 주말 하루만 게임을 하는 것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중1, 초5 학년이 되었으니, 이렇게 하여 다행스럽게 저희 아이들은 게임 중독 문제나 컴퓨터 접하는 시기 문제는 거의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맞게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의 취미나 직업이 컴퓨터 관련이라고 하여 굳이 컴퓨터를 일찍 접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컴퓨터는 아이들 각자의 방에 설치하지 말고, 공동 공간인 거실이나 서재에 설치를 해서 일정한 시간만 사용하게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공부방으로 쓰는 방에만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 아이들 혼자 게임을 하게 되어 자제하지 못하고 빠져 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고, 제가 아이들과 함게 게임을 하게 되면서 동일한 관심사가 생겼고 함께 얘기하고, 시간을 정하고, 기다리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제하는 법을 생활화하게 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사족] 그 몰입 중독이 심한 게임의 세계에 아이들끼리만 들여보내는 것은 호환, 마마, 마약의 세계에 아이들끼리 들어가게 하는 것에 견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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