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후에 10km 50분 돌파를 해내고서

By | 2007-11-11

일년 넘게 발목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재발을 거듭하며 스스로 의욕이 많이 가라앉았었는데, 한두 달 전에 드디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 호시탐탐 10km를 50분 안에 달리려고 날씨를 엿보고 몸 상태를 가꾸면서 두어 번 시도해 봤지만, 끝내 50분의 벽을 불과 10초, 30초, 1분여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44분 03초까지 기록해 본 나로서는 치욕이 따로 없었다. 3년 전에 세운 최고 기록을 그 사이 갈아치우기는 커녕 근처에도 못가는 기록에도 달리다 토하고 번번이 좌절하고 있으니…

11월 7일 수요일 초저녁.

두번 다시 맞기 힘든 기회를 활용하느라 골프 라운딩에 비중이 높이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마음을 비우고 많이 걸었다. 이번주에는 심지어 나흘 연속 혼자 라운딩하게 되었기에, 이틀을 라운딩하고 와서 편하게 한번 달려 보았다.

그런데 웬걸, 한 열흘 사이 몸 무게가 1kg쯤 빠져서 그런지, 매일 너댓 시간 동안 12km 정도씩 땀 흘리며 걸어서 그런지 가볍게 달리는데 속도감이 느껴졌다. 패이스를 보니 km 당 4분 40초 전후가 아닌가?

그대로 3km를 달려 봐도 약간의 가쁜 숨은 느껴졌지만, 패이스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오늘 최고 기록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7km까지는 가쁜 숨을 견뎌 내며 패이스를 늦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문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목이 많이 타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호흡 조절을 조금만 실수해도 구토로 이어질 것 같았다. 아뿔싸… 패이스 욕심이 과했는지, 너무 오랫만에 빠른 패이스로 달려서 그런지 구토를 하고 말았다. 구토를 하면서도 아직 기록 달성에 여유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급히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뛰었다. 하지만 100미터도 더 못가서 제대로 심한 구토에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고통이 목에서 머리 끝으로 치밀어 올라왔다.

1분은 더 지체한 것 같은데,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달렸다. 호흡 조절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2.5km만 무사히 달리면 된다는 생각에 전력을 쏟았다. 너무 거친 호흡 소리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 봤다. 어쩔 것인가? 나 이렇게 힘들어도 남은 거리를 최대한 빨리 뛰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잘 뛰었는지 10km 통과 기록이 47분 34초였다(4분 45.4초/km 패이스). 이 얼마만에 맛보는 50분 안쪽의 기록인가? 5km 통과 기록을 보니 23분 30초였다. 기록을 보니 5km 이후에 너무 무리하게 피치를 올렸던 것이 구토로 이어진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아~ 세번째 바퀴 돌고 나서 누군가 물 한모금만 줄 수 있어도 토하지 않고 10km 최고 기록에 도전해 나갈 수 있겠는데, 혼자이다보니 방법이 없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도 몇 년만에 맛보는 빠른 기록에 무척이나 기뻤다.

뛰고 났는데도 몸에 무리는 전혀 없었지만, 하루 지나니 다리가 뭉쳐 오고, 이틀 지나니 더 뭉쳐졌다. 열흘 넘게 달리지 않은 후유증 같다.

11월 10일 토요일 초저녁.

그래서 오늘 한번 더 도전해 보고 싶었다. 오늘은 토하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달리고 싶었다.
14~5km를 5분 10초/km 패이스로 달려 보고 싶었는데, 달려 나가다 보니 또 40분 50초 패이스다. 그런데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일단 한바퀴를 지나 3km 지점을 통과하면서 패이스를 보니, 4분 40~50초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좋다, 오늘 목표 수정이다. 절대 토하지 않도록 이 패이스 고정이다.

조금이라도 목 안이 덜 마르게 앞니를 붙이고 코와 입으로 호흡을 했다. 조금 도움이 되는 듯도 싶었다. 절대로 패이스를 늦추지도 말고 올리지도 말자. 이 패이스대로 10km를 달려 48분에만 뛰자는 생각을 다지고 또 다졌다.

7km를 통과하면서 걱정이 몰려왔다. 목 안이 살짝 살짝 말라 오기 시작해서였다. 한번은 자칫 구토로 이어질 뻔도 했는데 잘 진정시키고 달려서 위기를 넘겼다. 이제 남은 500미터. 전력 질주는 오늘 없다. 이대로만 골인하자는 생각에 반발짝만 앞으로 내던지며 가벼운 패이스 업으로 10km를 토하지 않고 달려낼 수 있었다. 11km까지 1km를 호흡을 고르면서 뛴 다음 주차해 놓은 곳으로 와서 트렁크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기록을 확인하니 10km 통과 지점이 47분 50초(4분 47초/km 패이스)!

불과 16초를 늦게 뛰었는데 토하지 않다니, 사흘 동안 이틀은 골프 라운딩을 하고 하루는 쉬면서 정리 운동과 충분한 휴식 덕분이었나? 이제는 배낭을 꺼내야겠다. 날씨가 더워서 물 배낭을 지고 뛸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더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10km 기록 달성 달리기에서는 5km 지날 때 반컵 정도 마시고, 8km 지날 때 다시 반컵 정도 마실 물만 배낭에 지고 달려 보자.

그리고 올해 안에 풀코스 거리를 달리려면, 어차피 30km 거리 적응 훈련도 두번은 해야 하므로 물 배낭을 지고 뛰지 않을 수 없다. 공원에서 달리는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기야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을?

그래도 즐겁다. 올해 안에 46분은 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겨서 말이다. 기록 달성에 골프 라운딩도 일조를 한 것 같다. 나가면 12km는 땀 흘리면서 걸어야 하니까.

11월 23일 금요일 초저녁

나흘 동안의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열흘만에 뛰러 나갔다. 싱싱한 다리를 염두에 두고 15km를 조금 빠르게 달려 볼 생각이었다. 역시 골프장에서 걷기만 하고 달리지 않았더니 잘 달려진다. km당 5분 패이스 유지가 넉넉했다.

하지만 10km에 가까워 오면서 점점 5분 패이스 유지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힘들 때는 살짝 패이스를 높여준다. 11km 지점을 통과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힘든 레이스로 변했다. 에궁… 무리하지 않고 달리려 했는데, 또 무리해서 달리게 되다니. 그래도 끝까지 이 패이스를 유지하려고 호흡 조절과 패이스 유지에 전념했다. 5.5km(두 바퀴 돌고)에서 물 마시고 11km에서 물 마셨는데, 13.5km에서도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또 막판에 토할 것 같이 목이 말라 왔다. 남은 1.5km를 죽으라 달려도 더 이상의 패이스 업이 잘 안 되는 듯 싶었다.

결국 15.01km를 1시간 14분 43초에 완주했다. 4분 58초/km 패이스.
일단은 15km를 5분 패이스로 달리는 데는 성공했다. 불과 3주 전에는 10km를 50분 안에 뛰지 못해서 세번이나 도전에 실패했었는데, 이제는 15km를 5분 패이스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목표는 풀코스를 5분 패이스로 완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330 달성이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하프와 30km를 5분 패이스로 달릴 수 있어야 가능하다. 아직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므로,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해 보자. 연습을 계속하면서 몸무게가 줄면 좀더 수월해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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