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평지만 달리면 운동이 안 될 거라고?

By | 2006-11-18

어이없게도, 어제까지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평지로만 뻗어 있는 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웬만큼 달려봤자, 그다지 운동 효과가 없을 거라고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2년쯤 전에 양재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10km 달리기 패이스 도우미를 한번 했었는데, 그때도 운동 효과는 거의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선입관이 더욱 굳건하게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발목 부상에 좋은 보조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를 원장님으로부터 여러 차례 권유를 받았지만, 좀처럼 내키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이 사방으로 평지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없는 평지 자전거 타기가 무슨 치료 보조 훈련이 되겠는가 하고 단정 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변속 기어가 없는 싸구려 5만원짜리 자전거로 하프 코스 거리를 직접 달려 보고서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부끄럽고 난감할 수가? 그래서 저녁 때 당장 쇼핑몰에 나가서 자전거용 반바지와 10만원쯤 하는 쓸만한 자전거를 하나 샀다.(운동은 되도록이면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 이상 함께 하는 것이 좋으므로!)

이곳 도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제외하면 거의가 곳곳에 과속 방지 턱이 볼록볼록 만들어져 있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 GPS 손목시계로 잰 거리와 시간은

20.5km, 1시간 12분. (21.1초/100m; 3:30초/1km; 10km를 35분 정도에 달리는 패이스)

[참고]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
21.0975km, 58:55초
(16.8초/100m; 2:47.6초/1km; 10km를 27:55초 패이스)

자전거를 타고도 달리기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보다도 늦었다. 죽어라 자전거 패달을 밟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로 열심히 달렸는데, 이런 기록이 나오다니… 또한 출발해서 2~3km도 달리지 않아서 운동 효과가 없으리라는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1시간 12분 내내 숨이 심하게 가쁘거나 괴롭고 하지는 않았지만, 운동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부상에서 회복될 때까지는 일주일에 너댓새는 자전거를 타고 하프 코스 정도를 달리고(1시간 정도 운동), 이틀 정도는 10km나 15km를 달리기로.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자전거로 60km 이상, 달리기로 하프 코스 이상을 뛰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병행하면, 지금 내 발목 부상에도 좋고, 바다 수영, 자전거, 마라톤을 다 해내야 하는 철인 3종 경기 준비도 되고, 일거양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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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1. 18. (20:45)

오늘은 자전거도 새로 샀고 엉덩이에 방석 패드를 댄 반바지도 산 김에 마음 먹고 21.1km를 달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1:08:39나 걸렸습니다. 1시간 5분 안에는 들어오려고 했는데, 어제 맨 바지에 준비도 없이 하프 거리 정도를 자전거로 달려서 그런지, 안장에 앉기가 힘들었고, 한낮이라 갈증이 심하게 느껴지면서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마라톤 풀코스 세계기록이 2시간 5분 이내이니까, 제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풀코스 마라톤 선수의 하프 지점 통과 시간보다도 한참 늦게 들어온 셈이네요. (@_@)

제일 더운 한낮에 물도 없이 자전거를 타기는 했지만, 오늘 자전거로 달려본 하프 코스 거리는 또다른 훈련이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대체 마라톤 풀코스 선수들은 사람인지 기계인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전거로 평지만 달리면, 산들바람에 놀다 오는 느낌일 줄 알았으니… 철인 3종 경기에 자전거로 100km가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마라톤 풀코스에 견줄 수 있는 힘든 과정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그럼 철인 3종 경기는 마라톤 풀코스를 3번 연달아 하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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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1. 20. (02:50)

사흘째 자전거로 하프 거리를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
오늘 드디어 55분 25초로,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자보다 빨리 들어왔고, 비록 자전거였지만, 1만 미터 세계 기록 정도의 패이스로 하프 거리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15.8″/100m, 22.85km/h). 좀더 연습하면 더 좋은 기록도 나오겠고, 날씨와 준비 상태가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한 자전거도 상당히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갑, 반바지, 물 등을 제대로 준비했고, 날씨도 어제의 오후 2시 대신 오늘은 오후 5시에 시작하여 한결 나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자전거는 평지에서 살살 다닐 때는 거의 운동이 안 되겠지만, 온힘을 다하여 달린다면, 평지라 하더라도 상당한 운동량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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