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107 스피커의 우퍼 엣지를 교체하다(feat. 문과똥손)

By | 2018-05-21

몇 년 전에 KEF-107 스피커를 중고 수입업체로부터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했다.

우퍼 테스트용 곡으로 들어보니 별 문제 없어 보여서 그 동안 주력기로 잘 듣고 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소리가 제대로 안 나와서 전세 기한도 다가오고 해서 이사 가서 교체를 하려고 그대로 뒀다. 육중한 107 스피커를 분해하여 우퍼 유닛만 가져다 맡겨야 하기 때문에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어서였다. 피아노 곡을 들을 때마다 영록한 107 소리가 아른거려서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날을 잡았다. 분해 순서 안내 페이지를 살펴보니, 공구만 있으면 분해는 할 것 같았다.


다행이 집에 20세기에 사 둔 7mm와 10mm 육각 렌치가 있었고, 수 십 개의 나사를 풀어줄 보시 전동 드릴도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흔한 사고의 시발점은 이렇게 시작되거늘.


나온 지 20년이 지난 스피커다 보니 엣지 부분이 갈라져 있고, 다른 세 유닛은 아예 엣지 일부가 덤성덤성 떨어져 나간 곳까지 있었다. 분해하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건 총 4개의 우퍼를 분리해서 신도음향에 엣지 교체를 맡겼다. 수리된 우퍼를 찾아서 재조립을 할 때까지 집안이 엉망인 채로 기다려야 하는 것은 함정.


나흘 만에 신품처럼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고 돌아온 우퍼를 대하니 며칠 동안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처럼 반갑게 다가왔다. 이제는 원래대로 조립을 해야 하는데, 순서대로 6개의 선에 번호를 매겨놓은 것 중에 두 곳의 번호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미쳐…


어렸을 때부터 찍기에는 더럽게 소질이 없어서 둘 중에 하나를 찍으면, 제가 뽑는 것은 으레 꽝이었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떨지? 번호가 제대로 붙어 있는 4곳은 부담없이 연결하고, 떨어진 두 가닥은 남은 두 번호에 내키는 대로 찍어서 조립한 후 앰프에 연결해 봤는데, 어.김.없.이 소리가 안 나온다. 그럼 그렇지, 싶어서 다시 분해 후 찍기로 연결한 두 곳을 반대로 연결하고 다시 소리를 들어보니, 어라~ 이번에도 소리가 안 나온다. 대략 난감. 도대체 오늘 나사를 몇 개를 풀었다 잠궜다를 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1~6번까지의 단자 순서를 제가 완전히 반대 순서로 연결한 모양이다. 6~1번 순서로… (으이그, 이 문과똥손아~~~)


언제나 저의 구세주는 남강님! 기판 사진을 보냈더니, 단자 옆에 새겨진 IP-, LLF+, ULF-, IP+, LLF-, ULF+ 이렇게 6개의 단자(나머지 두 개의 MF 단자는 납땜되어 분리가 안 되도록 되어 있음)를 IP는 뒷면 외부 연결 + – 단자에, LLF는 중단 우퍼 + – 단자에, ULF는 하단 + – 단자에 연결해 보란다. 시키는 대로 두 스피커를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보니, 비로소 정상적인 소리가 난다. 만세~~~

따라서 네트웍 단자의 선에 굳이 번호를 붙이지 않아도 되겠다. 뒷면 단자로 나간 선만 + -를 찾으면 되고, 이건 테스터기로 간단히 찾을 수 있으니까.

중고로 KEF-107 스피커를 살 때에는 꼭 우퍼의 엣지 교환 시기를 물어보고 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메모 겸, 네트웍 단자 순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몇 자 남겨둔다.

LLF+, LLF-; ULF+, ULF- 우퍼 단자의 의미는 대략 ULF는 Upper Low Frequency와 LLF는 Lower Low Frequency 정도일 것 같은데, 107은 두 개의 우퍼 유닛이 아래(바닥)쪽을 향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 그림으로 봤을 때 바닥쪽이 LLF, 위쪽이 ULF 단자를 꽂아야 된다는 것이 함정!
엣지 교체 후 처음에는 소리가 별로라 제대로 교체한 게 맞나 싶었는데, 자주 들어주니 3주쯤 지나니 소리가 좀 돌아오는 것 같더니, 4주째부터는 107 특유의 영롱한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아, 엣지 교체한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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