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Windows용 사파리 웹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By | 2007-06-17

맥 오에스 텐의 기본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가 레퍼드에서 3.0 버전으로 판올림을 하는데, WWDC ’07에서 윈도즈용 사파리 3.0 베타를 발표했다.

처음 듣는 순간, 난데 없이 이제 와서 웬 윈도즈용 사파리?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파리가 윈도즈용으로 나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MP3 재생기의 대명사인 아이팟을 등에 업고 2003년쯤 아이튠즈 윈도즈용이 나왔을 때만 해도 애플이 아이팟을 맥 사용자들에게만 팔기에는 한계가 있나 보다 하는 분위기였다.

2007년 6월 29일에 아이폰이 나온다.
아이폰에서 작동하는 외부 프로그램은 아이폰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사파리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아이폰을 등에 업고 사파리의 보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개 인용 컴퓨터의 사용 환경이 점점 더 인터넷 중심으로 변해 간지 오래됐다. 따라서 맥 오에스 텐과 윈도즈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사파리 웹 브라우저의 보급 확대는 애플에게 커다란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과 같다. 윈도즈용 아이튠즈와는 지평이 다르다고 하겠다.

아 이팟과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로 온라인 음악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애플티비와 아이폰, 사파리로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두고볼 일이다. 인텔칩을 쓰는 매킨토시 발표 이상으로, 아이폰과 사파리가 만들어낼 새로운 시장이 흥미진진해진다.

추신: 맥용 사파리 3.0 베타는 웬만큼 안정되어 있지만, 윈도즈용 사파리는 아직 다국어 환경에 적응되어 있지 않으므로, 자신이 MS 첩지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윈도즈용 사파리 첫번째 베타 버전을 설치할 필요는 없겠다.

조금 옛날 일을 언급하자면,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1985년에 넥스트 컴퓨터를 설립해서 1989년 넥스트스텝 1.0을 출시했다.(아래 화면 스샷 참조)


넥 스트 컴퓨터의 운영체제였던 넥스트스텝을 선의 솔라리스와 윈도즈 NT용으로 재단장하여 1995년 무렵 내놓은 오픈스텝도 위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은 바벨탑을 쌓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넥스트 컴퓨터는 애플 컴퓨터에 인수되면서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복귀하여 오픈스텝의 기술 축적을 기반으로 우여곡절 끝에 2001년 3월 Mac OS X을 출시한다.(아래 화면 스샷은 맥 오에스 텐의 다섯번째 중점 개선판인 10.4 타이거)

오 픈스텝과 맥 오에스 텐은 알맹이는 거의 같지만, UI 측면에서 오픈스텝이 X-Window 풍으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유저 인터페이스 냄새가 나는데 비해, 맥 오에스 텐은 좀더 편안하고 예쁘고 일반 사용자들에게 친숙해 보인다고 할까? 어쨌건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첫 인상이 오픈스텝보다는 맥 오에스 텐의 UI가 한결 편하고 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1976년 애플 I, 1977년 애플 II를 내놓으면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애플 컴퓨터는 2007년 아이폰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아이폰에는  스마트폰 기기에 최초로 풀 스펙의 웹 브라우저가 탑재되는데, 바로 사파리 3.0이다. 사파리 3.0은 애플이 주도하는 웹킷이라고 하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렌더링 엔진 위에 애플의 코코아 UI를 입혀서 만든 제품이다. 사파리 풀 브라우저를 구현했다는 말은 PPC나 인텔 칩을 쓰는 매킨토시가 아닌 ARM 칩을 쓰는 그 작은 아이폰에 아래 맨 왼쪽 그림의 구조를 다 구현해 넣었다는 얘기다. 맥과 아이폰은 속알맹이와 같은 모양새의 옷을 입는 셈이다. 맥보다는 아이폰이 훨씬 많이 팔릴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맥 UI에 일반 사용자들이 젖어들게 된다.

(맨 아래쪽 왼쪽은 맥 OS X의 사파리 3.0, 가운데는 윈도즈용 사파리 3.0, 오른쪽은 윈도즈용 스위프트)

이 그림의 가운데의 사파리 3.0 구조는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맥 오에스 텐용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윈도즈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사실 2006년부터 애플이 인텔 CPU로 이전하면서 맥 오에스 텐 10.4인 타이거부터는 이전의 PPC CPU와 새로운 인텔 CPU를 하나의 OS가 동시에 다 지원하도록 만들어져 나온 덕분에, 아예 해커들은 일반 PC에서도 맥 오에스 텐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약간 손을 본 소위 “해킨토시” 버전을 배포하기까지 했다. PC에서 윈도즈를 대신 맥 오에스 텐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윈도즈를 쓰면서도 핵심적인 프로그램 리소스를 코어 프레임웍을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윈도즈 사용자도 맥의 코코아 UI에 빠져들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 이팟의 성공을 업고 아이튠즈를 맥뿐만 아니라 윈도즈에서도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했듯이, 아이폰을 등에 업고 사파리 또한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애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WWDC ’07 키노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사파리 윈도즈용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꿈은 크다“고 말했다.

부연 설명하자면, 위의 그럼 중에서 맨 오른쪽 부분은 사파리 렌더링 엔진인 웹킷을 사용하여 MS의 닷넷 프레임웍을 사용하여 만든 Swift 웹 브라우저가 있다. 웹킷은 맥용 사파리로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윈도즈 안에서 검증된 닷넷 프레임웍을 사용하므로 Swift는 한결 윈도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윈도즈용을 만들기도 한결 쉽다.

쉽게 간단하고 검증된 길을 마다하고 애플은 맥용 코어 프레임웍을 윈도즈에 포팅한 다음(적지 않은 개발 부담이 따른다) 웹킷을 맥용 코코아 UI를 사용하여 윈도즈용 사파리 3.0을 내놓았다. 매킨토시와 아이폰, 윈도즈에서조차 사파리는 똑같은 UI를 사용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컨텐츠 내용을 표시한다는 뜻이다. 아이폰용 외부 프로그램을 아이폰에 있는 사파리를 통해서 구현해야 하므로, 아이폰의 외부 프로그램 개발자가 윈도즈용 사파리에서 아이폰에서와 똑같이 실험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오히려 이런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때문에 맥 오에스 텐의 코어 프레임웍을 윈도즈로도 포팅했을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은 여러 측면의 요구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면 한결 더 의미가 커지니까. 덕분에 코어 프레임웍으로 개발된 맥용 프로그램들도 윈도즈용으로 바꿀 때 난이도가 한결 낮아지게 된다.

이 제부터는 애플이 펼쳐 나갈 게임이 더욱 재미 있어질 것 같다. 아이폰과 맥/윈도즈용 사파리의 보급 확대는 아이팟과 맥/윈도즈용 아이튠즈의 보급 확대와는 차원이 다르게 새로운 가능성들을 시장에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행보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현실의 장벽(MS는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사악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에 맞서 아주 영리하게 경쟁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보고 놀란 가슴이 사파리의 구조마저 보고 나니 애플의 앞날에 더욱 매료되었다.
과연 애플과 잡스의 꿈은 얼마나 대단할까? 언제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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